[세종풍향계] 페이스북 ‘좋아요'가 싫어요

공식 페북 계정 '좋아요' 횟수로 소통점수 매겨
  • 등록 2014-10-20 오전 6:00:00

    수정 2014-10-20 오전 6:00:00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잠시만요! 페이스북 ‘좋아요’ 눌러야 해요”

정부 부처 대변인실에 근무하는 공무원 A씨는 술자리에서도 틈만 나면 휴대폰을 꺼내든다. 그가 휴대폰으로 하는 건 부처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올라온 게시물에 ‘좋아요’ 단추를 누르는 일이다. A씨는 술잔을 내려놓고, 제대로 게시물을 읽어보지도 않은 채 순식간에 ‘좋아요’ 단추를 눌러댔다.

평소 소셜네트워크(SNS)에 관심 없던 A씨는 얼마 전에 페이스북에 가입했다. ‘페친(페이스북 친구)’도 10명이 채 안된다. 본인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글도 그가 속한 부처의 게시글이 전부다. 그런 그가 페이스북을 시작한 이유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매기는 ‘소통 점수’ 때문이다.

문체부는 부처 공식 계정에 올라온 게시글에 대한 ‘좋아요’ 횟수를 보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좋아요’ 횟수를 토대로 대국민 소통 점수를 매기겠다는 것이다. ‘좋아요’가 많을 수록 점수가 올라가는 구조다.

이후 정부 부처 대변인실 공무원들은 페이스북에 들락날락 하면서 ‘좋아요’를 누르는 실정이다. 안 누르는 사람이 있으면 서로 연락해 ‘좋아요’ 단추를 누르라고 채근하기도 한다. A 씨는 “부처 점수 잘 받아야 한다”면서 “가족, 친구들한테도 다 연락해서 ‘좋아요’ 눌러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각 부처의 페이스북 공식 계정 게시글의 ‘좋아요’ 횟수는 평균 20~40개 정도 된다. 하지만 ‘좋아요’ 를 누른 사람을 보면 부처 대변인실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이 태반이다. 댓글조차 거의 없다. 대국민 소통이라기보다는 ‘내부 소통’용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A씨는 “지금처럼 기계적으로 ‘좋아요’ 횟수를 따져서 소통 점수를 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 지 모르겠다”면서 “페이스북 ‘좋아요’가 너무 싫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른 부처의 페이스북 계정을 봐도 소통 흔적보다는 문체부 지시사항에 맞춰 구색 갖추기에만 급급한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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