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쟤는 뭐든지 빼딱!" 동료 의원 비하... 국방부 국감 한때 파행

황경상 기자

8일 열린 이틀째 국회 국방위 국방부 국정감사가 새누리당 송영근·정미경 의원이 국감 도중 쓴 동료 의원 비하 메모가 논란이 되면서 시작 35분만에 중단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송·정 의원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지만 송 의원은 ‘사과할 수 없다’고 버티타가 20여분 정회 끝에 유감의 뜻을 밝혔다.

앞서 오마이뉴스는 지난 7일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진성준 의원 발언 도중 정미경 의원이 “쟤는 뭐든지 빼딱! 이상하게 저기 애들은 다 그래요!”라고 적은 쪽지를 옆자리 송영근 의원에게 보냈다고 보도했다. 오마이뉴스 촬영팀의 카메라에 잡힌 이 모습에는 이어 송 의원이 받은 쪽지 뒷면에 ‘진성준’ 의원의 이름을 적은 뒤 뒷면에는 ‘한명숙 의원이 19대 선거에 청년 비례대표 몫으로 김광진, 장하나 의원을 추천, 이들은 운동권, 좌파적 정체성이 주’라고 적은 사실도 확인됐다.

지난 7일 국회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정미경 새누리당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 진성준 의원 질의 도중에 메모를 작성하고 있다.<br />출처 : 오마이뉴스

지난 7일 국회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정미경 새누리당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 진성준 의원 질의 도중에 메모를 작성하고 있다.
출처 : 오마이뉴스

지난 7일 국회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정미경 의원이 작성한 메모를 건네받은 같은 당 송영근 의원이 받은 메모지 뒤에  작성한 내용. 출처 : 오마이뉴스

지난 7일 국회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정미경 의원이 작성한 메모를 건네받은 같은 당 송영근 의원이 받은 메모지 뒤에 작성한 내용. 출처 : 오마이뉴스

이날 국방위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윤후덕 의원은 “동료의원이 국민을 대표하는 질의를 하는 시간에 질의내용, 질의방식를 폄하하는 메모를 쓴 것은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빼딱한 의원’으로 지목된 당사자 중 한 명인 같은 당 진성준 의원은 “저를 포함해서 새정치민주연합의 국회의원들이 모두 애 취급 당하고 삐딱하다는 것인지. 국방위에서 의정활동을 같이 하는 동료로서 심한 모멸감을 느낀다”며 “명예훼손에 대해서 정미경 의원께서 경위를 설명해 주시고, 납득할 만하게 사과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새누리당 송영근 의원은 “그 메모는 내가 썼다”고 밝혔다. 같은 당 정미경 의원은 “몰래 촬영을 해서 언론에 공개를 하다보니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던 것 같다. 육안으로 봐도 두 문장의 글씨체가 틀리다”라며 일단 사실관계가 잘못된 데 대해 항의하는 자세를 취했다. ‘쟤는 뭐든지 빼딱’이라는 글은 정 의원 본인이 쓰지 않았고 ‘이상하게 저기 애들은 다 그래요’ 부분만 본인이 썼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 의원은 “사적인 대화였고 공개적으로 한 얘기가 아니지만 몰래 촬영해서 언론에 공개됨으로서 해당 의원께서 유감을 표시한 것은 맞다. 그 점에 대해서는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반면 송 의원은 “개인적으로 나눈 필담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언론에 찍혀서 보도된 것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한다”고는 했지만 “개인적 감정과 느낌을 얘기한 건데, 이걸 가지고 사과하라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대통령에 대해서도 공개된 SNS에서 욕하는 세상 아니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은 “실명을 거론하셔서 성향과 정체성을 규정 지으셨는데, 어떠한 근거를 가지고 운동적·좌파적이라고 규정하신 것인지 설명해 달라”고 말했다. 같은 당 권은희 의원은 “앞으로 국감에서 저희 의원들이 하는 발언이 모두 삐딱한 생각이라고 오해를 살 수 있는 만큼 정상적 국감을 위해서는 반드시 사과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안규백 의원은 “저 애들이란 얘기를 듣고 이 자리에 있는 게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수모스럽지만 송영근 선배가 제일 연세가 많은데 이 부분에 대해서 장군답게, 잘못된 부분은 잘못됐다, 사과하시는 것이 온당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송영근 의원은 “아까 이미 제 의견을 밝혔다. 악질적 의도를 가지고 했다면 사과해야 하지만, 공개적으로 의도적으로 한 게 아니다”라는 입장을 반복했다. 이같은 공방이 계속되면서 황진하 국방위원장은 감사 시작 35분여만에 정회를 선포했다.

이어 20여분 뒤 속개된 감사에서 송영근 의원은 “가벼운 마음으로 정 의원님과 나눈 얘기가 본의 아니게 언론에 포착돼 이것이 공개화됨으로써 우리 진성준 의원님과 김광진 의원님께서 개인적으로 마음에 상처를 받게 된 부분에 대해서 유감으로 생각하고, 심심한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며 “두 분을 제가 좋아한다. 개인적으로 인격을 모독하기 위한 의도는 없었다. 넓은 마음으로 두 분께서 양해해주시고 앞으로 원만한 의정활동을 위해 힘을 합쳐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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