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 반발하자 이틀 만에 말 바꾼 부산시

권기정·허남설 기자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거취문제 요구했다”→ “사퇴 권고한 사실 없다”

부산시가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상영 강행을 두고 부산국제영화제(BIFF) 이용관 집행위원장에게 사퇴를 권고했다는 주장이 나오자 이틀 만에 말을 바꿨다.

영화단체들이 사퇴 종용 철회 등을 요구하며 공동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반발하자 부산시가 한 발짝 물러선 것으로 해석된다.

서병수 부산시장

서병수 부산시장

정경진 부산시 행정부시장은 26일 기자들과 만나 “20년 역사의 부산국제영화제가 이제는 생산적 산업으로, 일자리를 만드는 조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그간 꾸준하게 제기돼 왔다”며 “새로운 안을 만들어보자는 차원에서 지도점검을 했는데 문제점이 나왔고 쇄신 방안을 마련해보라고 이 위원장에게 요구한 것인데 ‘사퇴’라는 곡해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BIFF 쇄신 방안에는 인적쇄신도 포함된 것이고 쇄신을 도저히 하지 못할 경우 진퇴는 본인이 결정할 일”이라며 “이용관 집행위원장에게 사퇴를 권고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부산시는 지난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용관 현 집행위원장의 거취 문제를 집행위에 요구했다”고 밝혀 정 부시장의 이날 “사퇴 권고는 없다”는 주장과 배치된다. 이 위원장은 경향신문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그들이 말을 바꾼 심정은 이해하지만, ‘새로운 사람이 와서 쇄신해야 한다’고 하길래 ‘물러나라는 뜻이냐’고 물었고 ‘그렇다’는 답을 분명 들었다”며 “이는 ‘서병수 시장의 뜻’이라는 말도 강조했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이날 부산국제영화제에 영상산업 발전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영화제의 패러다임 전환 방안, 지도점검에서 드러난 인사·회계·조직운영의 문제점에 대한 개선 방안, 인력수급 및 인적쇄신을 통한 영화제 발전 방안 등을 마련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전달했다. 이에 부산국제영화제는 “(사퇴를 종용받을 때까지) 부산시로부터 ‘조직혁신 방안 제시’나 ‘지도점검 시 나온 문제점 개선’에 대한 공식적 요구를 받은 바 없다”며 “부산시의 지도점검과 후속조치 과정이 예년과 크게 달라 당혹스럽고 그 배경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한국영화감독조합 등 12개 단체는 공동성명을 내고 “위원장 사퇴 권고가 지난해 <다이빙벨>을 상영한 것에 대한 보복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영화제의 독립성을 해치고 정체성과 존립마저 흔들리는 상황을 초래한 부산시는 사퇴 종용을 철회하라”고 밝혔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지난해 영화제에서 세월호 참사 구조 과정의 난맥상을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상영에 대해 반대의사를 표명했으나 영화제 측은 상영을 강행했고 이후 이 위원장 경질설이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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