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 대통령, ‘사면권 남용 안된다’는 원칙 지켜야

박근혜 대통령이 ‘8·15 광복절 특별사면’ 방침을 공식화했다. 박 대통령은 어제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지금 국민들 삶에 어려움이 많은데 광복 70주년의 의미를 살리고 국가 발전과 국민대통합을 이루기 위해 사면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며 민정수석에게 사면 범위와 대상을 검토하도록 주문했다. 이번에 사면이 실시되면 지난해 1월에 이어 임기 중 두 번째로 박 대통령이 특별사면권을 행사하게 된다. 지난해 설 특사는 서민 생계형 사범에 한정됐으며 정치인과 기업인은 포함되지 않았다. 당시 박 대통령은 부정부패와 사회지도층 범죄를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지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국가 발전’과 ‘국민대통합’이란 명분을 내건 만큼 사면 대상에 재벌 총수 등이 포함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별사면은 대통령의 헌법적 고유 권한이다. 형이 확정된 특정 범죄인에 대해 대통령이 국회 동의를 거치지 않고 형 집행을 면제·경감하거나 형 선고의 효력을 없애주는 제도이다. 당연히 특사는 법률이 국민의 개별적 정상(情狀)을 참작하지 못하거나 자의적 사법권에 의해 형벌이 부과된 경우에 한해 지극히 예외적으로 실시돼야 한다. 박 대통령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사면권의 엄격한 제한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최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특사 로비 의혹이 불거진 뒤에도 “사면이 힘 있는 사람들에 대한 특혜처럼 비쳐 법치주의를 훼손하고, 정치 불신을 야기하는 일이 되풀이돼 왔다”며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의 광복절 특사 방침이 다소 뜬금없이 느껴지는 까닭이다.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 때문에 지난 9일 30대 그룹 사장단이 ‘경제난 극복을 위한 공동성명’에서 기업인 가석방 등을 요청한 게 반영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

재계는 중국의 경기 둔화와 그리스 사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등 대내외적 경제 악재가 겹쳤다며 이를 타개하려면 기업인 사면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물론 기업인이라고 해서 ‘역차별’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재벌 총수에게 은전을 베푼다고 투자와 고용이 늘어나는 등 경제가 활성화될지 의문이다. 오히려 시민의 법감정과 사회적 정의 관념에 어긋나는 사면권 남용은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사법 불신만 심화시킬 우려가 크다. 특별사면이 시민에게 희망을 불어넣는 대신 좌절감과 상실감만 안겨주는 제도로 전락해선 안될 것이다. 박 대통령은 “법치주의를 확립하기 위해, 사면은 예외적으로 특별하고 국가가 구제해줄 필요가 있는 상황일 때만 행사하고, 그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된다”(4월28일)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원칙을 잊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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